이 글을 쓰는 7월 26일 기준, 코스피가 대략 9,000에서 6,500까지 빠졌다. 이번 랠리의 주도주였던 SK하이닉스는 2,987,000원에서 1,759,000원까지 빠지며 대략 40%나 하락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 수 천만 원을 잃은 친구가 상담해오기도 하고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스페이스X 같은 주식에 심하게 물린 사람들이 주변에 보이기 시작한다. 눈팅용으로 가입한 (자칭)가치투자자 모임에는 다들 곡소리다.
필자는 이런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별로 타격이 없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이 패턴이 안타깝다. 오늘은 AI 혁명 한 가운데에서 드는 생각을 두서없이 풀어보고자 한다.
AI 혁명
수 년 동안 2,500 근처에 갇혀있던 코스피가 9,000을 찍고 1만 이상을 바라보게 된 원인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정부의 주식시장 정상화 의지이고, 또 하나는 AI 혁명의 물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같은 굵직한 기업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였기 때문이다.
흔히 AI혁명을 인터넷 혁명과 많이 비교하곤 한다. 물론 전 AI혁명은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에 더 가까운 수준의 더 큰 혁명이라 생각하지만 그 이야기는 지금은 접어두고 우선 인터넷 혁명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자. 당신이 만약 1999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고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세계가 흥분하던 시기였다.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확신했다면 애플, 아마존, MS같은 기업을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가치 이상의 가격에 구매하고 거품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거대한 기술 혁신 앞에서는 누구나 달리는 말에 올라타고 싶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필자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미래에 배팅하면서 오늘 실적이 나오길 기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기술의 미래에 배팅하면서, '올해 아마존 실적이 왜 이래'같은 소리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게 아닌데 말이다.
애플, 아마존, MS 같은 기업들은 26년이 지난 2026년 지금 가장 높은 주가를 달성하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또 어찌보면 느리게 변하기도 한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탐욕에 눈먼 인간의 인내심보다는 항상 느리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법

빌게이츠의 ‘생각의 속도’라는 책을 읽어보면 놀랍다. 1999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이커머스, 핀테크, 소셜, 비즈니스 솔루션 등 지금의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바뀔지 거의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빌게이츠가 천재라서 혹은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이렇게 예측할 수 있던걸까? 아니다. 빌게이츠는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다. 빌게이츠는 미래를 상상한 것일 뿐이다.
빌게이츠는 인터넷이라는 기술 위에 어떤 멋진 일들을 실행할 수 있을지 직접 상상해보고, 가능성을 계산해보고, 필요한 요소를 리스트업하고, 이 요소가 갖춰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계산했다. 그중 대다수는 직접 만들었다. 자신이 던진 미래를 직접 구현한 것이다. 그러니 그 책에 등장한 많은 예측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를 상상하는 법
다시 주식 이야기로 돌아와서 지금의 AI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AI 거물들이 AI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가 입을 모아 2030년쯤에는 AGI가 등장할 것이라 말한다. 필자는 이 말을 꽤나 신뢰하는 편이다. 그들은 예측한게 아니라 계산하고 계획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이 100%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배팅을 하자면 ‘맞다’에 걸 것이다.
AI가 미칠 파급은 모두가 잘 안다. 인간의 두뇌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구체적인 미래 모습을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파급력과 그 가치가 엄청날 것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 기술, 인재, 인재유치력, 자본력, 노하우, 경영철학, 해자 등이 가장 강한 AI기업을 고르는 것이 제2의 구글, 애플, 아마존, MS를 맞추는 것과 같다. 필자는 지금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이 알파벳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기까지는 20년 30년이 걸렸다. 어떻게 보면 아직도 이들은 인터넷의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 AI라는 기술을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할 기업도 10년, 20년, 30년에 걸쳐 성장하고 증명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도 시장은 당장의 주가상승, 당장의 좋은 실적을 바란다. 참으로 어리석다.
조삼모사

조삼모사. 아침에 도토리 3개 저녁에 4개를 준다고 하니 화를 내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준다하니 환호하였다는 이야기다. 나의 모습이 이렇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때이다. 주가는 앞으로 벌어들이 이익의 현재 할인가이다. 기업의 미래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중간 과정은 그저 노이즈이다.
만약 당신이 매일 주식창을 켜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매도를 고민하고, 이름 모를 투자 유튜버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차트 분석을 찾아보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팔아라’. 당신은 높은 확률로 그 기업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 기업의 미래에는 관심도 없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은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미래가 어떻게 된다는 건데?’ 나의 대답은 ‘모른다’이다. 필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AI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확신해온 사람이지만, 그것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이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만큼 램 사용량도 정비례하여 상승할까?
앞으로도 지금의 과점 체제가 유지되어 영업이익률을 방어할 수 있을까?
AI 경쟁이 어느정도 판가름나면 지금처럼 램 수요자가 줄을 서서 기다릴까?
반도체 산업이 막대한 재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중요한 질문은 얼마든지 던질 수 있고 이 질문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Yes라 대답할 수 없다면, 사지 않는 것이 맞다. 우리는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질문에 대해서 어느정도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반도체 분야를 잘 알고, 대부분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매수하면 된다. 돈은 그런 사람이 벌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