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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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 부어온 적금이 깨졌다. 월 100만원씩 3년을 모으니 4천만 원이라는 돈이 생겼다. 원금 3,600만원에 이자가 400만원. 지금의 3-4% 금리로는 택도 없지만, 가입 당시 금리가 꽤 높았던 덕에 가능했다.
이 돈으로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한 번에 4천만 원이라는 큰 돈을 선뜻 투자하기는 조금 무서웠다. 목돈으로 주식을 시작하려는 초보 투자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주식은 한번에 사지말고 나눠 사라는 말을 하던데… 근데 그 동안 주가가 오르면?”, “귀찮은데 한번에 사면 안되나?”, “한 번에 샀는데 거기가 완전 고점이면 어쩌지?” 와 같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거치식 투자와 적립식 투자
우선 거치식 투자, 흔히 말하는 몰빵 투자와 적립식 투자(분할 투자)의 정의를 살펴보자.
거치식 투자
정의: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목돈을 한 번에 모두 투자한 뒤, 그대로내버려 두는(거치하는) 방식
핵심 원리(=복리 효과 극대화): 주식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면 주가는 오늘이 가장 쌀 확률이 높다. 즉,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가 가장 크게 작용하여 자산을 빠르게 증식시킬 수 있다.
적립식 투자
정의: 시장의 상황이나 자산의 가격 변화에 관계없이 일정한 주기(예: 매월, 매주)마다 일정한 금액을 기계적으로 지속 투자하는 방식
핵심 원리(=매입 단가 평준화): 가격이 높을 때는 적은 수량을 매수하게 되고, 가격이 낮을 때는 더 많은 수량을 매수하게 된다. 이 과정을 장기간 반복하면 결과적으로 1주당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코스트 에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의 상황으로 대입해본다면 거치식 투자는 ‘4천만 원을 한 번에 투자’하는 것이고, 적립식 투자는 가령 매월 400만원씩 10개월에 걸쳐 투자하는 방식이다. 물론 400만원씩 10개월을 투자할지, 1000만원 씩 4개월에 투자할지 그 금액과 기간은 본인의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통계 분석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가 1976년부터 2022년까지 46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치식 투자 전략이 12개월에 걸쳐 분할 매수하는 전략보다 약 68%의 확률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주식 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금이 시장에 머무는 시간을 극대화하는 것이 수익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적립식 투자가 승리할 확률도 32%나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직전 고점에서 1,000만 원을 거치한 경우 원금 회복까지 평균 5년 5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매달 50만 원씩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병행했다면 그 기간을 3년 2개월로 2년 이상 앞당길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주가가 고점에 가까울 때는 적립식 투자가, 저점에 가까울 때는 거치식 투자가 유리하다. 하지만 현재 주가가 고점인지 저점인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 누구도 주가의 고점을 파악할 수 없다.

실제 테스트
그럼 뱅가드의 분석 결과가 맞는지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자. 국내 대표 주식 삼성전자와 미국 대표 주식 애플을 테스트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거치식 투자는 2010년 1월 1일에 1억 원 어치 주식을 매수, 적립식 투자는 2010년 1월 1일부터 매월 1,000만 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가정하고 5년 후(2015년 1월 1일)의 수익률을 비교해보자.
<삼성전자>
구분 | 거치식 | 적립식 투자 |
|---|---|---|
방식 | 2010년 1월 1일에 1억 원 매수 | 2010년 1월 1일부터 매월 1,000만 원을 10회 매수 |
총 투자 원금 | 1억 원 | 1억 원 |
평균 매수 단가 | 16,180원 | 15,705원 |
최종 확보 주식 수 | 6,180주 | 6,364주 |
5년 후 평가 주가 | 26,600원 | 26,600원 |
최종 자산 (평가액+잔액) | 164,395,600원 | 169,335,560원 (4,939,960원 추가 수익) |
최종 누적 수익률 | +64.40% | +69.34% (+4.94%p 우위) |
<애플>
구분 | 거치식 | 적립식 투자 |
|---|---|---|
총 투자 원금 | 1억 원 | 1억 원 |
평균 매수 단가 | 약 7,200원 | 약 7,806원 |
최종 확보 주식 수 | 13,888주 | 12,809주 |
5년 후 평가 주가 | 28,600원 | 28,600원 |
최종 자산 (평가액+잔액) | 397,203,200원 | 366,338,860원 (30,864,340원 수익 감소) |
최종 누적 수익률 | +297.20% | +266.33% ( -30.87%p 열위) |
삼성전자는 적립식이, 애플은 거치식 투자가 이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처럼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물렀거나 중간에 큰 하락 조정이 섞여 있을 때는 분할매수가 단가를 낮춰주지만, 애플처럼 꾸준히 우상향하는 종목은 오히려 평균 매수 단가를 높이는 역효과를 내었다.
오랜 기간 동안 박스권을 횡보하던 한국에서 ‘분할매수’가 정답처럼 받아들여진 이유가 있었다!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은 어떻게 했을까?
워런 버핏이 이끌었던 버크셔 해서웨이는 매월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 모으는 적립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심지어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 철도 사업 등으로 매월 꾸준한 현금을 벌어들이는데도 말이다!)
대신 워런 버핏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기다리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다 적합한 기회가 왔다고 판단되면 큰 금액을 매수한다. 적립식보다는 거치식 투자에 가까운 전략이다.
버핏은 늘 투자를 야구에 비유하며, 투자라는 게임은 몇 번이고 스트라이크를 맞아도 괜찮으니 가장 좋은 공이 오기만을 기다리라고 한다. 즉, 살 만한 기업이 없을 때는 억지로 배트를 휘두르지 않는다. 확신하는 투자처가 있을 때만 배트를 휘두른다.
하지만 일반적인 투자자는 어떤 주식이 오를지 확신하고 투자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버핏도 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S&P500을 매월 꾸준히(적립식으로) 매수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장기적인 우상향에 베팅하면서,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단기 변동성 리스크를 '시간'으로 상쇄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확률 높은 전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어차피 오를 종목이라면 거치식 투자가 유리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 주식이 오른다는 가정이다. 투자하려는 종목이 장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 확신하는가? 그렇다면 거치식이 정답이다.
“일단 뭐든 투자해봐야지 안되면 팔고 다른 거 사면 되니깐”과 같은 마인드라면 적립식 매수가 정답이다. 특히 투자 초보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종목이라면 주가에 거품이 껴있을 확률이 높다. 대부분의 주식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하지만, 20년 30년 동안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나는 비교적 확신하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검증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월 1000만원씩 4개월 간 분할 매수를 하였다. 그 이후로는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꾸준하게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다.
몰빵 투자는 무섭고, 조금씩 오래 매수는 답답하다면 분할 매수의 기간과 각 매수 금액을 조절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